대안신당 최경환 의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2014년에 광주전남 혁신도시로 이전했지만 ‘혁신도시특별법’에 명시된 지역사업들에 대한 추진실적이 매우 저조하다”라고 지적해 화제다. 문화예술위원회의 경우 지역인재채용 목표를 22%로 설정했지만 실제 채용은 16.7%에 그쳤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경우 혁신도시 해당 지역 지자체와 협력해 정책을 발굴하거나 공동사업을 추진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도 했다.

지원사업의 지역편중도 문제로 거론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난해 공모사업 선정건수를 보면 서울·경기지역에 79%가 집중됐고, 올해 들어서는 더욱 증가한 81%가 수도권에 지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지적이었다. 노무현정부에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제조업 강국을 표방하면서 특히 각 지역별로 소재한 혁신도시 역할을 강조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각 지역에 소재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등 기존 인프라와 연계하여 인재와 기업이 모여드는 혁신거점의 역할을 맡게 하겠다고 공언도 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이전기관들은 지역이전의 의미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한 가지 살펴볼 자료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10월경 콘텐츠산업백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이 백서는 시·도별 콘텐츠산업 현황을 포함하고 있다. 이 현황에 따라 2014년 이후 최근 발표된 2017년까지 4년간을 비교해 보면 광주의 콘텐츠산업 매출액 비중은 전국대비 0.9%로 변화가 없었고, 사업체수는 3.5%에서 3.3%로 0.2%포인트 감소, 그리고 종업원 수 역시 2.2%에서 2.0%로 0.2%포인트 감소했다. 매출액을 직전년도인 2016년과 비교해보면 전국평균은 6.7% 증가했으나 광주는 3% 증가에 그쳤다.

또한 이 보고서는 콘텐츠산업 관련 주요행사 목록도 싣고 있는데 2018년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행사, 그리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단독으로 주최한 행사는 모두 33건이었다. 이를 개최지역별로 보면 31건이 서울에서, 나머지 2건이 경기도 성남에서 개최됐다.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이면서 콘텐츠산업 육성기관이 주관하는 행사는 그 비중은 물론이거니와 컨벤션산업 측면에서만 생각해도 그 효과가 막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문화중심도시이자 주관기관을 품고 있는 광역시가 단 한건의 행사도 개최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참고로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은 지난해까지 3대 9년간 한국콘텐츠진흥원 출신이었다. 전문기관 출신의 전문가들이 9년 동안 광주정보문화산업을 이끌어 온 결과는 정체라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그것도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수도로 만들겠다는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이기에 그 실망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지적에 대해 광주만 유난하다고 할 지 모르겠다. ‘서울에 집중된 수요층을 무시할 수 없다’라거나 ‘광주까지 오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되새겨야 할 것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배경이다. 지금까지 지방이 그러한 불평등 속에 살아왔고 성장이 정체되어가는 지방 입장에서 공공기관 이전은 절실한 것이었다. 특히 광주는 공공기관 이전에 거의 지역의 명운을 걸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랬기에 광주전남 통합혁신도시를 이끌어낼 수 있었고 한전을 비롯해서 정보문화산업 관련 기관 등을 유치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결과를 이전기관들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지자체, 역내 전문기관, 대학, 컨벤션뷰로, 컨벤션센터들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능을 이전기관들이 가지고 있기에 그들이 얼마만큼의 의지와 적극성을 가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내가 가진 수단을 통해서, 내가 소속된 기관의 역할을 통해서 지역의 변화를 유도하고 활력을 불어 넣는 것. 개인으로서 대단한 보람이요, 공공기관으로서 진정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