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면서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러면서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일을 만들어준 해이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그리고 일본이 꺼내 든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 여기에 격분한 국민들이 ‘노(NO) 재팬’을 선언한 해이기 때문이다. 결국 3·1운동 100주년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억의 시점이 되었다.

90주년을 맞는 학생독립운동은 1929년 11월3일 일제의 민족차별과 식민지 교육에 저항하여 일어난 민족적 항거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항일 독립운동의 하나다. 전국적인 항일운동으로 발전하여 5개월여 지속되는 동안 5만4천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기에 이르렀으며 해외에도 파급되어 만주의 간도와 길림성, 중국의 상해와 북경, 그리고 일본과 미주지역에서도 격려 집회와 만세 시위가 이어졌다. 그래서 광주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일제 강점기에 일어난 3대 항일운동으로 그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그렇지만 학생독립운동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크게 각인되지는 못한 것 같다. 1953년에 일제하 학생들의 항일운동을 기리는 기념일로서 학생의 날이 제정됐지만 기념일의 위상은 정권의 변화에 따라 몇 차례 굴곡을 겪었다. 1973년에는 기념일에서 제외되기도 했지만 1984년에 학생의 날로 회복된 뒤 2006년에 비로소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제 이름을 찾았다. 더구나 광주의 초·중·고교생 중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아는 학생도 많지 않다는 조사결과에서 나타나듯이 광주에서 조차도 그 역사적 의미와 가치들이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2·28민주운동 기념식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도 국가차원에서 예우하고 기념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열린 89주년 기념식에서 “학생들의 숭고한 독립운동을 재조명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학생독립운동지사에 대해 예우하겠다”고 언급한 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제 학생독립운동도 역사적인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마침 11월초 전남대학교에서는 학생독립운동을 재조명하고 기념사업의 방향을 소개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해외 한민족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현지 언론의 보도내용과 교민들의 지지와 지원활동들에 관한 내용들이 상세히 소개됐고 앞으로 전개될 기념사업 방향도 개괄적으로 소개가 됐다.

특히 지금은 사라졌지만 동구 학동에 소재했던 백화마을 조성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 임시정부 수반 김구선생의 마음도 헤아려 볼 수 있었다. 김구 선생이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대한인국민회 백일규 총회장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김구 선생은 학생독립운동에 대해 “수년간 우리 독립운동이 침체 상태에 빠졌던 현상이 광주학생운동으로 기인되어 강경히 진작됨”이라 쓰고 있다. 그만큼 운동의 파급력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백화마을은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항일의 불씨를 당겼던 선열들의 정신을 후대가 잊지 않고 되살려 기리는 방법은 먼저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는 것이다. 우선 기념탑부터 찾아가 보자. 학생독립운동기념탑은 운동의 주역이었던 광주제일고등학교, 전남여자고등학교, 광주자연과학고(전신은 광주농업고등학교) 세 곳에 있다.

9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이낙연 총리는 ‘우리는 피 끓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라는 모교 학생탑에 새겨진 글귀를 인용했다. 혹시 전남여고 동문들께서 섭섭하게 여기실지 모르겠다. 지금은 전남여고만이 학생운동 사적지를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분들이 감자탑이라고 부르는, 전남여고 교정에 자리 잡은 학생탑에 새겨진 글귀를 소개한다.

‘배달여자의 전통적 덕행을 이어 맨손으로 왜정의 총칼에 항거하여 독립의 한 길을 닦은 여 학도의 결의는 골해의 거울이요 잘 사람의 본이다.’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이 쓰셨다는 글로, 골은 만을, 잘은 억을 의미한다. 만년의 거울이요, 억만 명의 모범이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