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을 드려요!”숲속에 어둠이 내리면 그제야 문을 여는 잠 가게가 있다. 잠을 소재로 풀어내고 있는 양산 작가의 그림책, ‘곰 할머니의 잠 가게’다. 푹신푹신 이불로 만든, 곰 할머니의 잠 가게에는 밤마다 손님들이 찾아온다. 꽃잠, 단잠, 나비잠, 통잠, 쪽잠…. 곰 할머니는 손님이 원하는 잠이라면 뭐든 뚝딱 만들어낸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에 꽃향기가 나는 꿀을 듬뿍 넣고 잠 가루를 솔솔 뿌려 만든 곰 할머니의 단잠은 손님들에게 단연 최고의 인기다. 한 모금 두 모금 단잠을 마신 손님들은 어김없이 달콤한 잠에 빠져 새근새근 잠이 든다. 특별한 잠을 찾는 손님들도 있다.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사람들 때문에 잠 못 드는 도시 생쥐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호수 한 컵,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두 스푼, 조용조용 자장가 세 스푼을 넣어 만든 통잠을, 밤마다 세상을 밝히느라 잠깐도 눈을 붙이지 못하는 달님에게는 솜 구름으로 만든 쪽잠 이불을, 겨울잠이 필요한 개미들에게는 포근포근 따뜻한 겨울잠을 만들어준다.

“살금살금”

어릴 적, 밤만 되면 좀이 쑤셔 일어나곤 했었다. 창밖에서 울어대는 풀벌레도 궁금하고 캄캄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도 보고 싶어 살금살금, 집안을 살피며 돌아다니곤 했었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낮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밤의 기운이 낯설면서도 신비해 눈을 반짝, 생각을 다듬곤 했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조심조심 서랍을 정리하고,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도 궁금해 시계도 분해해 살피며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즐겼었다. 이렇게 신나는 밤에, 왜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잠을 자야 하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아까워, 아까워!”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가장 아까운 시간은 잠자는 시간이었다. 직장 일에 집안일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잠을 자야 할 시간만 되면 안절부절,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루 종일 동동거리다 피곤함에 지쳐 잠이 들었다가도 벌떡 일어나 잠을 깨곤 했다. 하루 중 유일하게 주어지는 나만의 시간이 아까워 잠을 잘 수 없었다.

“잠을 자야지, 잠을!”지금도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밤잠을 자라는 말이다. 머리가 아프다고 해도 잠을 안 자서 그렇다, 몸살기가 있다 해도 잠을 안 자서 그렇다, 눈이 아프다고 해도 잠을 안 자서 그렇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할 기분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뒤돌아서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에게 있어 단잠은 아까운 시간이 아닌, 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단잠을 잘 수 있는 환경적 요소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조명과 평온하고 안락한 잠자리가 있어야만 단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눈만 감으면 어느새 쿨쿨, 단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마찬가지다. 격렬한 신체적 운동이나 과도한 두뇌활동을 삼가는 게 좋다고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잠자리에 누워서까지 머리를 굴려야만 안심하고 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을 피해야만 단잠을 이룰 수 있다고 하지만, 아닐 때도 있다. 음식 속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흥분시킴으로써 잠이 드는 것을 방해한다는 커피나 콜라나 초콜릿, 홍차, 녹차도 마찬가지다. 한 잔의 커피에도 온밤을 꼬박 새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잔을 마셔도 단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

“아파요,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경우에는 다르다. 쥐들이 살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에 하루에 한 번씩 고양이가 지나가기만 해도 위궤양에 심장까지 망가지는 쥐들이 발생하게 된다는 연구처럼,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일률적이다. 화를 낸 사람의 입김을 액체로 만들어 쥐들에게 주사했더니 주사를 맞은 쥐가 발작하다 끝내는 사망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마음이 아파 잠이 들면 단잠을 잘 수 없다.

날씨도 추운 12월의 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서로에게 한 모금 두 모금 건네는 단잠을 통해, 오늘도 내일도 일어설 수 있는 따스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