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치의 자부심을 회복하자 / 오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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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3. 12(화) 19:47 가+가-
오수열 조선대 명예교수·한국동북아학회 이사장
며칠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을 달구던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의 지지호소 문자가 뚝 끊어진 것을 보니 특정 정당의 후보들이 대개 결정된 모양이다. 하기야 우리지역에서는 특정정당의 후보만 되면 국회의원은 따논 당상이니 힘들여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을 법도 하다.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가장 흥겨운 잔치’라고 불리고 있다. 더욱이 대의제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은 대선 못지않게 중요한 정치행사로 국민들의 정치적 에너지가 분출되는 장(場)이 돼야 한다.
그런데 선거일이 아직도 30일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특정정당의 후보가 결정되자마자, 마치 ‘김빠진 맥주’ 꼴이 되어가고 있으니 참으로 싱거우면서도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도 이러한가? 그렇지 않다는데 우리지역의 심각성이 있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우리지역처럼 지역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영남지역까지도 여야의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선거는 이제부터라는 열기(熱氣)가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의 광산을 지역 출마선언으로 이 지역이 관심지역으로 부상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잠시 시계를 옛날로 되돌려 보면, 우리지역은 정치적 에너지 면에서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강력했고 동태적(動態的)이었으며 인물을 평가하는 안목 또한 가장 뛰어난 곳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곳이다. 말 그대로 약무호남(若無湖南)이면 시무국가(是無國家)였던 것이다.
특히 해방 후 정부수립 과정과 자유당 독재치하에서 우리 지역의 넘치는 정치적 에너지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뛰어난 정치인들을 배출했고, 이들이 한국정치를 좌우하지 않았던가. 인촌 김성수, 고하 송진우, 근촌 백관수는 물론이고, 낭산 김준연, 월파 서민호 등이 우리 정치를 좌우했으며, 박정희 독재치하에서도 정성태, 김녹영 등 지조 있는 정치인들이 우리를 감동시켰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을 배출하고,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지역의 정치는 점차 역동성(力動性)을 잃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이제 민주화가 이뤄졌다는 ‘자기위안’과 함께 이 지역의 인사들이 대거 정부와 정치권에 충원되면서 과거와 같은 정치적 욕구, 간절함 그리고 지역민들의 ‘연대의식’ 등이 저하된 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충원된 지역인사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에서의 평판이 갈리면서부터 정치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냉소가 짙어지기 시작했고, 지역사회의 연대감도 저하된 감이 없지 않다. 여기에서부터 우리지역에서 큰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과거와 같은 분위기도 사라지게 됐고, 자연스럽게 중량감 있는 다선 의원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중량감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인물은 주위의 노력만으로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慧眼)과 정치적 지조(志操)가 있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권력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들어 우리 지역에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정의(正義)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몸을 던져 투쟁하는 ‘결기 있는 정치인’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된 것을 몹시 아쉽게 여기고 있다. 당내의 공천룰과 과정이 불공정하면 격렬하게 항의하고 그 과정에서 거취를 결정할 일이지 공천에 목을 매고 굴신 하다가 탈락하자 탈당하는 모습들은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운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박정희 독재정권에만 맞선 것이 아니었다. 당내 소수파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당시 당권을 가졌던 ‘진산계’(珍山系의) 선명하지 못한 노선에 대해서 끊임없이 저항하고 투쟁함으로써 당원들의 지지를 받았고 마침내 1971년 4·27 대선후보에 올랐던 것이다.
인구감소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호남의 정치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지혜와 용기를 잃지 말고 상호 연대함으로써 우리지역의 정치적 자부심을 회복하고, 지역발전을 견인해 줬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가장 흥겨운 잔치’라고 불리고 있다. 더욱이 대의제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은 대선 못지않게 중요한 정치행사로 국민들의 정치적 에너지가 분출되는 장(場)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도 이러한가? 그렇지 않다는데 우리지역의 심각성이 있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우리지역처럼 지역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영남지역까지도 여야의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선거는 이제부터라는 열기(熱氣)가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의 광산을 지역 출마선언으로 이 지역이 관심지역으로 부상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잠시 시계를 옛날로 되돌려 보면, 우리지역은 정치적 에너지 면에서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강력했고 동태적(動態的)이었으며 인물을 평가하는 안목 또한 가장 뛰어난 곳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곳이다. 말 그대로 약무호남(若無湖南)이면 시무국가(是無國家)였던 것이다.
특히 해방 후 정부수립 과정과 자유당 독재치하에서 우리 지역의 넘치는 정치적 에너지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뛰어난 정치인들을 배출했고, 이들이 한국정치를 좌우하지 않았던가. 인촌 김성수, 고하 송진우, 근촌 백관수는 물론이고, 낭산 김준연, 월파 서민호 등이 우리 정치를 좌우했으며, 박정희 독재치하에서도 정성태, 김녹영 등 지조 있는 정치인들이 우리를 감동시켰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을 배출하고,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지역의 정치는 점차 역동성(力動性)을 잃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이제 민주화가 이뤄졌다는 ‘자기위안’과 함께 이 지역의 인사들이 대거 정부와 정치권에 충원되면서 과거와 같은 정치적 욕구, 간절함 그리고 지역민들의 ‘연대의식’ 등이 저하된 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충원된 지역인사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에서의 평판이 갈리면서부터 정치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냉소가 짙어지기 시작했고, 지역사회의 연대감도 저하된 감이 없지 않다. 여기에서부터 우리지역에서 큰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과거와 같은 분위기도 사라지게 됐고, 자연스럽게 중량감 있는 다선 의원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중량감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인물은 주위의 노력만으로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慧眼)과 정치적 지조(志操)가 있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권력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들어 우리 지역에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정의(正義)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몸을 던져 투쟁하는 ‘결기 있는 정치인’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된 것을 몹시 아쉽게 여기고 있다. 당내의 공천룰과 과정이 불공정하면 격렬하게 항의하고 그 과정에서 거취를 결정할 일이지 공천에 목을 매고 굴신 하다가 탈락하자 탈당하는 모습들은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운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박정희 독재정권에만 맞선 것이 아니었다. 당내 소수파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당시 당권을 가졌던 ‘진산계’(珍山系의) 선명하지 못한 노선에 대해서 끊임없이 저항하고 투쟁함으로써 당원들의 지지를 받았고 마침내 1971년 4·27 대선후보에 올랐던 것이다.
인구감소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호남의 정치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지혜와 용기를 잃지 말고 상호 연대함으로써 우리지역의 정치적 자부심을 회복하고, 지역발전을 견인해 줬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