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국민의힘의 읍소 작전도 먹히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1대 보다 강력해진 여소야대 지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당장 일방통행 식 국정 운영에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인적 개편부터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고 화합하며 협치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민주당은 지역구만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4년 전에 이은 2연속 압승이다. 최대 승부처 서울 한강벨트를 포함해 수도권에서 낙승을 거뒀다. 텃밭인 광주와 전남, 전북 등 호남에선 전석을 싹쓸이했다. 대여 투쟁의 선봉을 자처한 조국혁신당은 3당으로 캐스팅보터 지위를 확보했다. 범진보 진영 전체론 190석에 육박한다. 국민의힘은 막판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낙동강벨트 등 강세 지역인 영남권을 사수, 개헌저지선(100석)을 지키는데 만족해야 했다. 정권 심판에 맞서 ‘이(재명)·조(국) 심판’으로 맞불을 놨지만 실패했다.

대선 이후 적대감 넘치는 대결이 지속됐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담도 한 번 없는 불통의 시기였다. 여전한 고물가와 환율, 유가로 경제 위기는 짙어지고 서민의 주름살은 깊어졌다. 삶은 갈수록 힘에 부친다. 결국 민심은 집권여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선거 과정에서 일부 후보들이 탄핵을 거론하기도 했다. 남은 3년의 임기 ‘레임덕’, 나아가 ‘데드덕’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완전하게 정국 주도권을 움켜쥔 야권은 국정조사, 특검 추진 등으로 압박할 태세다. 지도부 줄사퇴로 어수선하지만 국민의힘은 수직적인 당정 관계를 극복하는 등 강도높은 혁신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무게 추가 더 기울었으나 기존의 의회 구도가 유지됐다. 군소정당들이 초라한 성적을 내면서 거대 양당 체제가 오히려 공고해졌다. 대한민국이 딱 반으로 갈렸다. 정치가 통렬히 반성하고 뼈를 깎는 각오로 쇄신하지 않는다면 이념과 지지 정당에 따라 분열과 갈등은 가속화된다. 민주당도 잘해서가 아니다. 반사이익이다. 정쟁을 멈추고 대화하고 타협하며 진짜 민생을 살펴야 한다. 여야 영수회담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여야 모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