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번째 봄이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광주·전남 곳곳에서도 추모 행사들이 속속 열리고 있다. 절대로 잊지 않고 반드시 기억하겠다는 다짐이다.

광주추진위원회가 금남로 5·18민주광장에 마련한 시민 분향소에는 희생자 304명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노란 나비가 날아들고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문화제는 청소년들이 직접 운영하는 세월호 기억 무드등·촛불·안전팔찌 만들기 등 체험 부스와 안전 사회를 기원하는 전시·공연으로 다양하게 꾸려졌다. 여수 이순신광장·목포 평화광장·순천 조례호수공원에서도 시민단체 주관으로 문화제·음악회가 진행됐다.

잔인했던 그날의 진실은 아직 인양되지 못하고 있다. 좌초 원인에 대한 해답조차 내놓지 못한 실정이다. 여전히 미궁이다. 세월호가 왜 진도 앞바다에서 가라앉았는지 밝혀야 한다. 아이들을 왜 구조하지 못했는지 캐내야 한다. 침몰한 뒤 10년이 지났지만 변한 게 없다. 부푼 마음을 안고 떠난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않은 아들과 딸을 유가족들은 가슴에 묻어야 했다. 괜한 죄스러움으로 생존자의 아픔도 그대로다. 무심한 세상과 단절한 뒤 숨어 지내는 피해자도 많다.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핏빛 외침은 서울 이태원 압사, 충북 오송 지하차도 사고가 그렇듯 허공에서 맴돌고 있다. 아이들과 약속한 유족을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대규모 재난에 대한 부실한 대응으로 인한 인재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위기 앞에 무능하고, 무기력하다. 소 잃고 나서 외양간도 못 고치고 있다. 사후 복구도 중요하나 사전 예방에 초점을 두고 제반 시스템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 외부에는 하나둘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다. 희생자는 있는데도 가해자는 없다.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이 꼭 이뤄져야 한다. 2017년 인양돼 목포신항으로 옮겨진 세월호 선체는 곳곳이 구겨진 종잇장처럼 휘었다.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