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동물이나 사물을 본떠 만든 상형토기(像形土器), 아이가 장난스레 빚어놓은 것 같은 흙인형 토우(土偶). 토기들은 제각각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며 마치 살아있는 듯 역동적이다. 재치스럽기도, 장난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이 토기들이 왜 삼국시대 무덤에서 발견될까. 그 시대 사람들은 왜 죽은 이를 보내는 가장 슬프고 개인적인 공간에 토기들을 넣었을까.

다양한 토기를 통해 사후세계의 영원한 삶을 기원하는 고대 장송의례를 다룬 전시가 마련됐다.

오는 7월28일까지 국립나주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 특별전 이다.

신라 가야지역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

지난해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순회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신라·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상형토기를 비롯해 경주 황남동 유적 토우장식 토기 등 240여점을 선보인다. 이중 경주 황남동 유적의 토우장식 토기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이후 이번 순회전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유물이다.

전시는 크게 2개 주제로 구성됐다.

‘영원한 삶을 위한 선물, 상형토기’를 주제로 한 1부에서는 친숙하면서도 상서로움과 권위 등을 상징하는 다채로운 상형토기를 볼 수 있다.

상형토기는 사람·동물·사물을 본떠 만든 토기로, 술과 같은 액체를 담거나 따를 수 있어 제의용 그릇으로 여겨진다. 죽은 이를 하늘로 안내해주는 새모양 토기와 상서로운 동물모양 토기를 비롯해 머나먼 길 함께 ‘동행’하는 말모양 토기와 수레바퀴 모양 토기, 사후세계에서도 ‘편안한 쉼’을 누릴 수 있는 집모양 토기 등이 전시된다. 사후에도 현세의 삶이 이어진다는 계세사상(繼世思想)을 엿볼 수 있다.

2부는 ‘헤어짐의 이야기, 토우장식 토기’다. 토우장식 토기는 상형토기와 마찬가지로 무덤 속 제의용 그릇이다. 이번 순회전에서 중심이 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1926년 일제강점기 경주 황남동유적에서 수습된 토우장식 토기가 다수 소개되며, 토우에 표현된 당시 장송의례 모습과 일상생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지름 15㎝ 내외의 작은 토기 뚜껑에는 거대한 고대 장송의례가 담겨 있다. 절을 주고 받는 이들, 춤추고 악기를 부는 사람, 50여 종의 동물 모습, 사람과 동물이 함께 열을 지어 행진하는 모습 등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장송의례 모습이 토기 곳곳에서 발견된다.

경주 노동동유적에서 출토된 토우장식 항아리(국보)에는 개구리 뒷다리를 문 뱀이 나타나는데, 그 사이사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사람 모양이 장식돼 있다.

사진 위로부터 경주 노동동유적에서 출토된 토우장식 항아리(국보), 해남 만의총에서 출토된 상서로운 동물모양 토기, 나주 송제리 3호분에서 출토된 새모양 토우장식 기대

이러한 모습은 다른 토우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부분으로, 당시 장송의례와 관련해 정형화된 내용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은 토우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미디어를 접목시켰다.

또 디지털 점자 정보 검색과 촉각 체험물을 설치해 누구나 전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 연계 교육프로그램인 ‘박물관 속 동물이야기’, ‘큐레이터와의 대화’도 마련돼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