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고 새가 노래하는 맨도롱의 봄, 분명코 봄은 분명히 우리 곁을 스쳐 갔다. 유채꽃과 벚꽃이 피어난 화사한 제주의 봄은 바람과 함께 육지로 이미 날아갔다. 그런데 우리가 정치·경제적으로 느끼는 체감의 봄은 아직 온 것 같지가 않다. 이는 마치 왕소군(王昭君)이 오랑캐 땅에 끌려가 원제(元帝)를 그리워하며 시로 남겼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과 다르지 않다. 봄이 왔어도 봄이 봄 같지 않는 까닭은 우리들의 마음에 뭔가 봄 같지 않음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와 관련한 체감도는 더욱 그러하다.

현재 우리는 패거리 정치판을 보면서 국민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겪어온 수많은 적폐들, 그리고 정경유착의 비리들과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에다 설상가상으로 몰아닥친 경제불황 등으로 우리 서민들은 정말 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국민들은 싫든 좋든 매 4년마다 국회의원을 선택해야 하는 중대한 선거를 치르는데, 지난 4·10 총선의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고민은 국민들의 몫이었다.

막스웨버는 “정치는 머리로 하는 것이지 다른 신체 부위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영혼으로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라고 설파한 바가 있다. 하지만 이 말에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점이 없지 않다. 왜냐하면 봄이 왔어도 마음이 편치 아니하면 봄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정치 역시 국민의 심기가 먼저 편안해야 함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최종목적은 아무래도 국민행복이다. 그래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게티스버그에서 행해졌던 아브라함 링컨 전 미국대통령의 명연설이 아직도 감동적으로 다가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 우리는 링컨이나 또 오바마와 같은 국민들의 신뢰를 감동적인 정치로 되돌려 주는 역대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는 것일까? 의인(義人)을 만나려면 우선 나부터 의인이어야 한다. 우리 유권자들의 양심적이고 현명한 선택에 의해서 의로움은 탄생한다. 요즘 사회적 관심이 경제나 안보보다 정의가 가장 우선순위로 부각된 데에는 다 그만한 까닭이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가끔 일어나는 삭발집회나 촛불집회는 아직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정치권과 국민간의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특검이나 헌재의 탄핵결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그래도 월드컵경기 때 맛보았던 그 정도의 환희심은 아닐지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는 아직도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어차피 정치는 보수와 진보, 그리고 중도의 울타리 안에서 전개되는 예술이다. 그 중심에 주인으로 국민들의 권리가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피어나게 하는 기적도 일으킬 수 있다. 정치인들의 수준이 아직 국민들의 수준에 이르지 못함을 탄식하는 사람들도 보았는데 그건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정당정치의 특색중의 하나가 개인의사보다 당략적인 정책과 집단결정에 의해서 정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인공지능인 알파고의 빼어난 실력이요, 정치인들은 나름 프로들이라 자처하지만 아직은 이세돌의 실력쯤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므로 나는 염려하지 않는다. 지난 역사가 증명하듯이 580여 차례에 이르는 숱한 외래의 침탈과 질곡의 세월을 견뎌온 우리 대한민국의 내공을 나는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싶다.

사르뜨르(Sartre)는 우리인생을 가리켜 “B(Birth:탄생)에서 D(Death:죽음)에 이르기까지 C(Choice: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B(탄생)에서 D(죽음)에 이르기까지 C(Challenge:도전)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를 정치에 대입한다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후회 없는 정치를 기대할 수 있다.

‘봄이 왔지만 봄을 느끼지 못한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도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가령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봄을 기다리지 말고 봄을 내 안에서 찾고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 말이다. “봄은 언제나 와 있다. 내가 필요할 때 내 안에서 꺼내 쓰면 되는 것으로, 곧 춘래비불사춘(春來非不似春) 봄이 왔으니 봄 아닌 것이 아니네!~” 이렇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