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기본적 기능은 이동과 접근 기능이지만, 최근에는 확장된 사회경제적 역할, 공간적 기능에 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즉 도로의 기능과 역할은 현대 사회로 갈수록 더욱 다양하고 중요시된다. 단순히 연결로의 기능뿐 아니라 관광 자원화를 통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기능이 단적인 예이다. 특히 일반 도로도 아닌 국도, 그것도 국도 1호는 그 상징성이 매우 커 이를 잘 활용할 경우 그 지역 활성화 효과는 아주 클 것이다.

현대에는 국토개발이 효율성만을 최고 의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시골 오지는 물론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 지역도 우리 땅이고, 그곳에 사는 소수의 주민도 도시와 같은 접근성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편하고 미흡한 요소가 많은 곳인데 인프라마저 지원되지 않으면 더 떠나게 되기 때문이다.

해남군이 국도 1호선 기점을 현 목포에서 땅끝으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과 전남 서남해안의 도약을 위해서는 국도 1호선의 해남 땅끝 연장의 필요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해남군이 강한 의지를 보일 때 정부에서도 선물을 줘야 한다. 그렇게 해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도 1호선은 ‘목포-신의주’를 잇는 노선으로, 현재 기점은 1911년 개통 당시 목포 유달산 아래 과거 일본 영사관 앞이었고, 2012년 목포대교가 개통되면서 대교의 건너편인 고하도로 시작점이 변경된 바 있다.

국도의 노선 지정·고시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하며, 국토교통부 장관이 노선의 지정·고시를 할 때에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고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제19조 제3항)고 되어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다른 도로 노선과 중복되게 도로 노선을 지정·변경하려는 경우, 다른 도로 노선과 중복된 도로 노선을 변경·폐지하려는 경우에는 그 다른 도로 노선을 지정한 행정청(해당 도로 노선을 지정한 행정청이 해당 도로의 도로관리청이 아닌 경우에는 도로관리청을 포함한다)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제22조 제2항).

오는 2025년 개통 예정인 경전선의 효율 극대화를 위해서도 그렇고, 광주-해남-완도 간 고속도로 사업, 국도 77호선의 미연결 구간인 해남 화원-신안 압해간 연결 사업 등과 맞물려 큰 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남군이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KTX 해남노선 연결도 윤곽을 드러나고 있다. 이에 맞춰 기점을 연장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또 국도 1호선 끝이 땅끝이라는 상징성도 갖게 되고, 관광 자원화도 가능하고, 도로 기점의 현대적인 의미 면에서도 맞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토 공간도 변하고 도로의 기·종점도 바뀌어 가는 게 당연하다.

목포에서 해남 땅끝까지 가는 노선상에 경관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위치하는 관광지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역사 문화 유적, 산업 지역, 생산 지대, 다도해 연안 지대 등 이들 자원의 연결로 지역 활성화와 함께 국도 1호선의 상징적 의미인 북쪽 끝 신의주와 남쪽 끝 해남 땅끝이 비로소 완전히 연결될 수 있다.

해남군에서도 현재 기점 변경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연구가 나왔으면 한다. 더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주변 자치단체와 전남도가 함께 추진위를 구성해 의지와 역량을 한데 모아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해남과 목포의 문제가 아니라 전남, 전북, 충남, 경기, 인천의 활성화와도 관계된다. 관련 지자체들의 도움과 지원도 받을 필요가 있다.

정부 또한 적극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경제적 타당성이나 지리적 여건상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사업 선정에 차질을 빚게 해서는 안 된다. 국토의 어디에 살든 접근성을 제고시켜줘야 한다. 지역민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이제는 국토 균형개발이란 차원에서 재접근하는 시각을 갖춰야 한다. 경제발전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는 나라일수록 낙후지 개발을 중요시 하는 추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