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대 유치와 관련해 전남도가 순천대와 순천시, 목포대와 목포시를 포함해 5인 회동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순천 지역사회의 요구를 거부했다. 과거 용역 결과 공개, 공모 기준 합의 및 도민 동의 등 3가지 조건을 받아들이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특정 대학과 지역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고 손사래 쳤다. 전남도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모 방식을 채택했다며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 위탁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여전한 평행선으로 만남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앞서 이례적인 공문 발송을 통해 전남도는 ‘공적인 업무’라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는 의미라며 김영록 지사가 의견을 경청하고, 충실히 설명할 것이라고 했지만 내심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중순 김 지사가 박홍률 목포시장과 송하철 목포대 총장, 노관규 순천시장과 이병운 순천대 총장을 따로 만났었다. 이번에는 이해당사자가 처음으로 함께 하는 것인데 먹구름이 드리웠다. 전남도는 2026학년도 200명 배정을 정부에 건의했으며, 용역을 거쳐 10월까지 추천 대학을 보고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전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정해서, 의견 수렴해서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김 지사의 건의를 수용했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 개혁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공식화함으로써 의과대학 신설은 탄력이 붙었다. 5인 회동의 성사 여부,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그러나 순천 지역사회는 김 지사의 잇따른 대승적 결단 촉구에도 반발, 독자 추진 의사까지 밝히고 있다. 도지사는 법적 공모 권한이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전남 의대 설립 방식이 통합에서 단일 의대 선정으로 전환한 이후 동·서부 간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정부는 충분한 여론과 절차를 강조한다. 한 목소리를 낸다면 속도전 양상이 될 것인 반면, 그렇지 않다면 좌초 가능성 등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남도는 윤 대통령 임기 내 매듭짓고자 한다. 김 지사가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