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차분作 ‘무리들’

신호윤作 ‘There is no essence-pensive bodhisattva’

정광희作 ‘자성의 길 14’

AI 이미지 시대, 예술의 정체성에 대한 담론을 나눠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조선대미술관은 2024 장미주간과 연계해 오는 30일까지 특별기획전 ‘AI 시대, 예술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AI 생성 이미지에 관심 있는 작가 8명을 선정해 AI 이미지 시대 예술의 가치 및 정체성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자리다.

AI 생성형 프로그램을 활용한 회화·사진·영상·설치부터 인간의 수행이 담긴 작품까지 총 3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총 4개 질문에 대한 답이다. AI 이미지가 작품 창작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이로 인한 본인 작품에 대한 가치는 어떤지, AI 생성 프로그램을 이용할 의향이 있는지, 관람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다.

강운·김형숙·박상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구름 작가로 불리우는 강운은 ‘공기와 꿈’ 연작을 세 가지 형태로 보여준다. 인간 노동으로 만들어내는 추상예술, AI 생성형 창작 도구를 활용해 구름 형상을 수증기 입자 단위 픽셀로 해석한 작품, 챗GPT 프로그램 DALL-E로 생성한 이미지다. 작가는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와 가치를 새로운 문화기술과 접목해 호기심, 즐거움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김형숙 작가는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는 이미지를 픽셀화해 해체하는 영상작업을 펼쳐낸다. 해체된 픽셀은 또다른 형태로 조합돼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된다. 우리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영상 속 이미지는 작은 픽셀로 이뤄져 있으며, 픽셀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그 근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질문한다.

박상화 작가는 AI를 통해 기후위기 이후 미래 광주의 풍경을 담아낸 ‘미래 도시-광주’를 선보인다.

작가는 옛 전남도청과 그 주변 모습을 그려내도록 했다. 인간 자의식에서 기반한 행위로 초래된 기후위기, 전쟁, 인류 멸망을 비롯해 AI가 또다른 위협은 아닐지, 또 AI 개입에 의해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진다.

수많은 작은 집을 그려나가는 고차분 작가는 캔버스에 거칠게 지어진 집의 형상을 잘라내고 칼로 도려내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는 마치 인간이 태어나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삶 속 수많은 인고의 시간들과도 같다. 이러한 모습들은 나를 완성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며 AI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진정성을 자아낸다.

문선희 작가는 고공농성이 벌어졌던 산업구조물을 심상적 풍경 위로 옮겨온 작업 ‘거기 뭐 하세요’ 시리즈 총 11점을 전시한다. 작가는 고공농성이 있던 100여 곳 현장을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는 AI가 활용할 수 없는 데이터베이스로, 작가의 유일한 기록물이기도 하다. 그는 작품을 통해 소수의 목소리, 그리고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지 않는 그들의 외로운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신도원 작가는 최근 한국 전설 등에 관심을 갖고 AI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번 출품작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이다. 작품의 배경은 AI 이미지 생성기를 통해 그려냈다. 무한한 예술의 세계와 시각적 탐험 그리고 삶의 휴식이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정광희 작가는 붓끝에 모든 감정을 집중해 세상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그의 서예 작품에는 늘 깨어있기 위한 자연스러운 수행 과정이 담겨있다. 작가는 AI의 반대 지점에서 아날로그적 사고로 천천히 자신을 들여다본다.

신호윤 작가는 ‘본질은 없다’ 연작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 사유한다. 관객에게 내재된 이미지와 현실의 작품 이미지 간 충돌 속에서 인간은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질문한다. 이러한 내용은 AI가 생산해낼 수 없는 창조의 영역임을 보여준다.

장민한 조선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AI의 출현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려는 작가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AI가 예술 또는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