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말 창녕 육용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미국 12개주(州)에서 젖소 수 십마리가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돼 폐사하거나 살처분됐으며, 4월초 택사스주(州)에서는 ‘가금류가 아닌 가축(젖소)’을 통해 인간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첫 사례가 나타났다.

멕시코에서는 사람이 H5N2형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캄보디아 캄폿마을에서 H5N1형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20대 여성이 사망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야생조류나 가금류를 넘어, 즉 종간장벽(species barriers)을 뚫고서, 젖소 등 포유류와 사람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3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전 세계 23개국에서 동물 접촉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는 총 889명이며, 이 중 46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치사율이 무려 52%에 달하는 것이다.

이제는 조류인플루엔자를 포함한 야생동물의 질병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통제·관리하리라는 비전을 안고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에 대한 통합적 접근방법(원헬스, One Health)을 추진해야 할 때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주요 질병에 대해 포괄적인 감시(모니터링)체계와 조기경보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겨울철 야생조류에 대한 조류인플루엔자 대응을 위해 전국 87개 지점을 선정해 매주 1-2회씩 분변을 수집·분석하고 그 결과를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계기관과 공유하고 있다.

이 결과가 농장방역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과학적 기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야생조류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리해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을 도입,구축해 바이러스의 전파경로를 파악하는데 활용하고 있으며,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반의 야생조류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및 확산 예측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또한 야생조류에 대한 예찰과 함께 야생포유류에 대한 정밀예찰이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너구리, 오소리 등 6개 종에 대한 200여건의 검사와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데, 다행히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는 현재까지 전무하다.

현재 광주·전남지역을 중심으로 수동예찰을 해왔으나 앞으로는 지역적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면서 능동예찰을 병행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야생조류를 포함한 야생동물의 폐사체를 발견하는 경우 위치(주소 및 GPS 정보) 파악과 주변환경 사진을 찍어 시·군·구 담당부서 등에 신고하는 시민 의식과 실천이 중요하다.

신속하고 촘촘한 신고와 체계적 진단과 분석이 함께 이뤄져야만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효율적 대응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세계는 대전환의 양태를 보이며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 원인을 제공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코로나19와 같은 질병과 그 병원체(바이러스)이다.

특히 야생동물에서 유래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사전 예방과 대응을 위해서는 통합적 접근방법(원헬스)의 심화·확대, 과학적 기법 활용, 시민의식 제고 등 국가적 차원의 노력과 함께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는 질병 전문가의 지적 깊이와 정책 수행자의 실용적 현실감각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야생동물의 질병을 관리하는 한 사람으로서 작년 10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아태 야생동물질병에 관한 정책라운드테이블(PRT)’을 적극 활용해 조류인플루엔자를 포함한 야생동물 질병이 국가 간에 확산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