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반도를 향해 달려간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낯익다. 평소에는 1년에 한두 차례 고흥 땅을 밟는 편인데 요즘 남파랑길 고흥구간을 걷다보니 고흥반도를 찾는 빈도가 잦아졌다. 오늘 걸을 구간은 남파랑길 67코스로, 고흥군 영남면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다.

남파랑길 67코스가 시작되는 남열마을 해변에 도착했다. 남열마을은 우미산을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마을 앞에는 조그마한 백사장이 부드럽게 펼쳐져 있다. 남열마을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뒤돌아보면 우미산 품에 안긴 남열마을이 포근하게 다가온다.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는 광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고흥우주발사전망대도 시야에 들어온다.

도로는 해변과 인접한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간다. 길 아래는 가파른 경사지를 이루면서 바다와 맞닿아있다.

소옥태도 대옥태도 같은 작은 섬들이 육지 가깝게 떠 있다. 소옥태도 대옥태도는 해창만의 수문장 역할을 한다. 해창만을 드넓게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 전망대에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지붕 없는 미술관’에 들어서니 자연이 창작한 수많은 작품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내나로도와 대옥태도 소옥태도를 경계로 내륙으로 깊숙이 파고든 바다는 해창만을 이뤘다. 해창만에는 대옥태도 소옥태도는 물론 비사도·토도·첨도·와도·취도·오도 같은 작은 섬들이 푸른 바다위에 점점이 떠 있다. 다도해를 이룬 해창만은 자연 그대로가 거대한 풍경화 한 폭이다.

해창만에는 대옥태도 소옥태도는 물론 비사도·토도·첨도·와도·취도·오도 같은 작은 섬들이 푸른 바다위에 점점이 떠 있다. 다도해를 이룬 해창만은 자연 그대로가 거대한 풍경화 한 폭이다.

해창만은 마복산·천등산·팔영산 같은 고흥반도의 산봉우리에 감싸여 그림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내나로도와 외나로도에 솟아있는 산들도 하늘과 경계를 이루면서 그림 속으로 들어온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는 섬과 산봉우리들이 그린 그림의 바탕색이 된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해 해창만이 그려놓은 아름다운 풍경화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지붕 없는 미술관’에서 다도해가 만든 작품을 감상하고 있으면 파도가 은은하게 자연음악을 연주해준다.

수평을 이룬 바다와 붕긋붕긋 솟은 산봉우리들이 조화를 이룬 모습은 보고 또 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육지의 산줄기는 해창만으로 길쭉하게 다리를 뻗어 리아스식 해안을 만들었다. 리아스식 해안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잔잔한 바다와 만난다.

해창만 안쪽 깊숙한 곳에서 양사리 양화마을이 겨울햇살을 즐기고 있다.

마을 앞 갯벌에서는 바지락이 많이 잡히고, 마을 뒤쪽 골짜기에는 논과 밭이 있어 농사를 짓는다. 전형적인 반농반어 생활을 하는 마을이다. 양사방조제 안쪽에는 텅 빈 논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방조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바닷물이 영남면소재지 근처까지 들락거렸을 것이다.

햇살에 비췬 윤슬이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따스하게 느껴진다. 길은 임도를 따라 이어진다.

딱딱한 도로를 걷다가 임도를 따라 걸으니 푸근하고 정겹다. 뒤돌아보면 우미산 서쪽 자락에 둥지를 튼 양화마을과 내륙으로 깊숙이 파고든 바다가 가슴에 안겨온다. 산에 둘러싸이고 바다를 마당삼은 양화마을은 요람처럼 포근해 보인다. 임도는 바다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도 하면서 바닷가 산허리를 구불구불 돌아간다.

영남만리성을 만난다. 영남만리성은 해창만 해안에 위치해 있다. 성은 전체가 연결돼 있지 않고 세 부분으로 나눠져 육지에서 바다로 돌출돼 있다. 확인된 성의 길이는 1천431m이고, 너비는 2-3m 정도이다.

영남만리성 북쪽에는 사도봉수가 있고, 동쪽에는 우미산봉수가 있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이곳은 군사적 요충지였다.

임도를 빠져나와 바닷가에 도착했다.

모사금이라 불리는 해변인데, 작은 백사장이 수줍은 듯 숨어있다. 백사장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쪽에는 첨도·토도·비사도 같은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떠 있다.

모사금이라 불리는 해변에 작은 백사장이 수줍은 듯 숨어있다.

모사금해변에 앉아 포근함을 즐기다가 임도를 따라 언덕배기로 올라선다. 언덕을 넘어서니 몇 채의 민가가 나온다. 민가 위쪽 임도에서 바라본 사도마을과 와도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창만 뒤편에서는 천등산이 하늘과 맞닿아있다. 바닷가에 자리한 사도마을과 주변의 작은 섬들, 육지의 산봉우리들이 바다와 함께 정겨운 풍경화를 이뤘다.

썰물 때가 돼 인근해안은 갯벌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막껍질을 엎어놓은 것 같은 아주 작은 섬이 갯벌 위에 서 있다. 해창만에는 작은 섬들이 수없이 많다. 호수 같이 느껴지는 해창만과 고흥반도의 리아스식 해안이 만든 풍경은 언제 봐도 포근하고 예쁘다.

썰물 때가 돼 인근해안은 갯벌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막껍질을 엎어놓은 것 같은 아주 작은 섬이 갯벌 위에 서 있다.

갯벌을 바라보며 해변으로 내려간다. 갯벌에는 추상화처럼 구불구불 갯길이 나있다. 외딴 어촌마을 금사리 사도마을에 도착했다. 사도마을에서 100여 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에 무인도인 와도가 자리하고 있다. 섬을 하늘에서 보면 개구리 모양을 하고 있어 개구리 와(蛙)자를 써서 와도(蛙島)라 불렀다.

해창만에서는 와도가 앞을 가려 사도마을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천혜의 조건 때문에 사도마을에는 조선시대 사도진이라 불리는 수군진이 있었다.

마을 뒤편에 사도진성이라 불리는 산성도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사도진성은 1485년(성종 16년)에 착공해 1491년 완성됐다. 둘레 1440척, 높이 15척 규모로 축조됐으나 현재는 일부 석물만 남아있다.

바닷가에 자리한 사도마을과 주변의 작은 섬들, 육지의 산봉우리들이 바다와 함께 정겨운 풍경화를 이뤘다. 사도마을에는 조선시대 사도진이라 불리는 수군진이 있었다. 마을 뒤편에 사도진성이라 불리는 산성도 있었다.

사도 앞바다에서는 겨울철이면 굴채취로 분주하다. 사도마을 주민들은 굴뿐만 아니라 파래도 많이 재배한다. 굴과 파래는 이곳 사도마을의 주요 소득원이다. 마을 앞 갯벌에는 물고기를 가둬 잡는 독살처럼 보이는 돌담이 설치돼 있다. 갯벌 위 돌담에 파래 포자를 붙여 놓으면 넓게 자란다고 한다.

사도마을 주민들은 굴과 파래를 많이 재배한다. 마을 앞 갯벌에는 물고기를 가둬 잡는 독살처럼 보이는 돌담이 설치돼 있다. 갯벌 위 돌담에 파래 포자를 붙여 놓으면 넓게 자란다고 한다.

사도마을에서 능정마을로 가는 바닷가 갯벌에도 돌담과 지주목들이 많다. 갯벌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이름조차 없는 초미니 섬들이 있어 해창만의 풍경을 아기자기하게 꾸며준다. 사도마을에서 해변도로를 따라 돌아가니 능정마을이 바라보인다.

해창만방조제가 시작되는 배수갑문을 지나면 고흥군 포두면이다.

해창만방조제는 해창만 가장 깊숙한 곳을 막아 만들어졌다. 방조제 길이만 해도 두 개의 방조제를 합쳐 3.4㎞에 달한다. 방조제 바깥쪽에서 해창만 여러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다가온다. 팔영산·천등산·마복산 같은 산들이 해창만을 감싸고 있는 모습은 여전히 포근하다. 겨울철새가 해창만과 간척지를 오가며 겨울을 즐기고 있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파랑길 67코스는 다도해가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는 해창만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썰물 때는 갯벌에 설치된 파래 양식장을 볼 수 있고, 영남만리성이라 불리는 산성도 만날 수 있다.
※코스:남열마을→양사마을→영남만리성→사도마을→능정마을→해창만방조제→해창만캠핑장
※거리, 소요시간 : 16.4㎞, 5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남열마을(고흥군 영남면 해맞이로 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