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생은 우리나라 근대화와 경제 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어린 시절 가난을 극복하고 열정과 노력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었으며, 청년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도 했다. 또한 도시화와 산업화, 디지털화의 중심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인공지능(AI)을 경험하면서도 ‘디지털 문맹’을 고민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현재 64세에서 55세 사이인 1960년대생은 840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은퇴하거나 은퇴를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자녀들의 대학 진학과 취업, 결혼을 고민하며, 동시에 연로하신 부모를 모시는데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되면서 어쩌면 앞으로도 30년을 더 살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득격차가 심해지는 사회 구조에서 저출산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은 요원하고, 1960년대생은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중심일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에서 면장은 ‘담벼락(牆)을 마주 본다(面)’라는 뜻이다. 알지 못하면 담벼락을 쳐다보고 서 있는 것처럼 답답함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공자의 가르침이다. 1960년대생이 넘어야 할 담벼락을 생각해봤다.

커피 한 잔 주문하려다 뒤로 길게 줄을 선 젊은이를 보고 당황한다. 주말 기차표나, 인기가수의 공연 티켓은 자식들 도움 없이는 예매가 힘들다. 빈 차를 보고 손을 흔들어도 택시는 서지를 않는다. 이웃집 젊은 부부는 음식은 물론 생필품까지 배달해주는데, 내가 거는 전화는 매번 통화 중이거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도 없고, 밥을 먹기도 힘이 든다. 문화생활은 고사하고 손주에게 햄버거 하나 사주지 못하는 세상. 1960년대생이 마주하고 있는 디지털 담벼락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기술들이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SNS, 모바일뱅킹과 쇼핑, 키오스크, 유튜브 등 다양한 기술들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었으며, 인공지능(AI) 기술은 더 많은 기회와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한 대만 있으면 풀지 못하는 문제가 없고, 언어장벽이 해소돼 도달하지 못할 나라가 없다. 동영상을 촬영하고 편집을 한 다음, 이를 SNS로 전송하고 유튜브 플랫폼에 게시하는 일은 일상의 소통 수단이 되었다.

고령 세대를 위한 디지털 교육장은 나이를 막론하고 문전성시를 이룬다. 스마트폰으로 은행업무를 보고 키오스크를 사용하며, 승차권을 예매하고 물건을 사고파는 방법을 배운다. 챗GPT는 궁금증을 풀어주고, 프로그램을 기획해 준다. 텍스트로 설명하면 AI가 동영상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린 70대 유튜버는 개안수술을 받은 것처럼 세상이 달라졌다며 즐거워한다. 또 다른 유튜버는 이를 통해 생활을 기록하고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했다고 자랑한다. 문명의 이기를 더 이상 어렵다고 거부할 수 없는 세상이다.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했던 1980년대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큰 변화를 예감하지 못했다. 컴퓨터는 비쌌고 속도는 느렸으며, 인터넷은 접속이 쉽지 않았다. 지금은 어떠한가?

스마트폰 보급률은 97%로 높아졌지만, 1960년대생 중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겨우 3.9%에 불과하다니 안타깝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서도 은행이나 동사무소에 가는 것이 쉽고, 앱을 사용하기보다는 대기 줄 서기가 익숙하다고 외면하면 디지털 담벼락은 넘어설 수 없다.

설 연휴에 본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영화 ‘라스트 미션’의 주인공 얼 스톤은 ‘햇살 가득한 꽃 농장’ 운영하는 사업가다. 그는 백합경연대회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잘 나가는 원예사업가였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파산하고 마약 운반책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인터넷, 그딴 게 왜 필요 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뭐든지 살 수 있고, 어떤 꽃이든 이틀 후에 배달 된다”라는 인터넷 사업가의 조언을 외면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