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 제작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큐멘터리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촬영과 편집 등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다. 보통은 촬영에만 30분짜리 테이프 30개 이상을 사용했다. 1천 분에 달하는 양이다. 이 방대한 영상을 50분으로 줄이는 것이 편집이다.

한 쇼트(컷)의 길이를 4-6초로 했을 때, 600여 개의 쇼트를 붙이면 50분짜리 다큐멘터리 한 편의 편집 작업이 마무리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촬영된 영상에서 필요한 장면을 찾아내고, 이야기에 맞게 순서를 잡아 붙여나가는 일은 꽤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과거 1대1 방식으로 이뤄졌던 편집 작업은 넌리니어(비선형) 방식으로 발전했다. 프리미어나 파이널컷 등이 등장하면서 화질 손실 없이도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해졌다. 편집 시간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편집 작업은 여전히 고된 노동이었고, 제작자들은 날을 새기 일쑤였다.

날이 밝아오고 출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일 때쯤이면, ‘도대체 이 짓을 왜 하는 거지?’ 하는 후회와 함께 ‘PD는 피똥을 싸는 직업’이라 했던 조언의 의미를 실감하곤 했다. ‘필요한 영상을 골라주고, 원하는 위치에 붙여주는 이는 없을까?’ 하는 간절한 바람.

OpenAI가 공개한 Sora(소라)는 텍스트를 이용해 영상을 만들어내는 도구다. Sora가 만들어 낸 1분짜리 짧은 영상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비슷한 기술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Sora가 만들어 낸 영상은 달랐다. 매우 사실적이었으며, 자연스럽고 생동감 넘쳤다.

전문가들은 “정말 인상적이면서 무섭다”라고 평가하며, “마법에 가까운 능력은 콘텐츠 제작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라며 흥분했다. Sora 기술의 활용성이 기대되면서 (키네마스터와 같은) 동영상 편집프로그램 공급사의 주가가 널뛰기하기도 했다.

영상 제작자들은 ‘폭망’ 반 ‘기대’ 반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Sora가 인간을 대신하면 시간은 절약되고 제작은 쉬워지겠지만, 동시에 일자리 상실이라는 현실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된다. 그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나의 선택과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AI 기술은 영상 제작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Sora에 던진 프롬프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타일리시 한 여성이 따뜻하게 빛나는 네온사인과 애니메이션 도시 간판으로 가득한 도쿄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그녀는 검은색 가죽 재킷, 빨간색 긴 드레스, 검은색 부츠를 신고 검은색 지갑을 들고 있습니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끼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감 있고 자연스럽게 걷습니다. 거리는 축축하고, 반사되어 화려한 조명의 거울 효과를 만듭니다. 많은 보행자가 걸어 다닙니다.”

우리가 경험한 충격적인 영상을 만들어 낸 프롬프트는 5개의 짧은 문장에 불과하다. 문장은 내용이나 깊이, 구성에서 특별하지 않고, 또 전문가와 일반인의 영역을 구분하지도 않는다. 그러함에도 생성된 영상은 실제 촬영한 영상에 비해 부족함이 없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누구나 영화 제작자가 될 수 있고 다큐멘터리 감독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데 들어갔던 엄청난 비용도 대규모 인력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필요한 것은 창의적인 사고와 스토리텔링, 영화처럼 멋진 장면을 구현할 수 있는 영감이다.

충격은 시작에 불과하다. Sora는 앞으로 더 긴 형식의 영상을 생성할 것이다. 또 영상의 주인공이나 배경을 바꿔주고, 촬영에서 빠진 부분은 만들어주기도 할 것이다. 원하는 영상을 찾아서 붙여주는 편집 작업을 대신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우리는 이미 AI와 함께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서 그려봤던 미래가 현재가 된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미래사회는 지시하는 사람과 그 지시를 이행하는 AI, 그리고 로봇만이 존재하게 될지 모른다. 우리가 가진 오랜 경험을 어떻게 지시에 활용할 것이냐의 답을 찾는다면 Sora의 등장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