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의 붉은 황토 위 인간이 그려낸 시간의 선과 터무늬, 헐벗겨진 채 속살과 생채기를 남기며 모래와 골재로 자신을 내어준 산, 어느 순간 훼손돼 상처받은 숲까지. 무분별한 개발과 경작에도 숲은 억겁의 시간을 줄곧 버텨내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과 숲 공간을 5년 간 살피고 기록한 사진집이 발간됐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광주 숭덕고 지리 교사인 김덕일의 다큐 사진집 ‘사라진 숲은 어디로 갔을까’(상상창작소 봄刊)이다.

‘하늘에서 본 우리 땅과 숲은 어떤 모습일까’, ‘오랜 시간을 지나며 사라진 숲은 어디로 갔을까’. 이런 의문을 품고 기록한 이 책에는 수많은 시간 개간과 경작, 개발로 인해 사라져버린 숲의 모습과 치유가 담겨있다. 사라져 가는 숲과 나무, 그리고 그 속에 남아있는 땅의 숨결과 경계에 선 우리의 오늘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은 크게 3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마주하는 숲’에서는 삶과 죽음의 공간, 옛 사람들과 현대 사람들의 터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시간의 공간을 통해 우리 일부였고 함께 누리고 살아왔던 터전으로서 숲의 과거와 오늘, 미래를 되묻는다.

‘훼손된 숲’에서는 경작과 훼손으로 인간의 손길이 닿아 변해가는 땅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숲이 사라졌다’에서는 날로 증가하는 인간의 구조물과 산세의 흐트러진 모습을 통해 훼손된 자연과 그 치유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 옆에는 간간히 숲과 자연에 대해 사유해온 저자의 생각들이 글로 표현돼 있다.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의 공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공간. 과거와 미래의 공간. 하늘과 땅의 공간. 선주민과 미래 주민의 공간.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공간. 가시적이지만 비가시적인 세계. 그래서 한쪽을 더 자세하게 마주할 수 있는 공간. - 마주하는 숲”

그는 스스로 치유하는 자연의 모습과 그 속에서 다시 희망을 꽃피우며 우리에게 숲을 되돌려주고자 하는 자연의 노력을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전한다.

저자 김덕일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붉은 황토밭으로 변하고 있는 숲, 그 숲에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은 쉴만한 숲을 찾아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차로 이동해야 한다”며 “그동안 살피고 기록한 언어를 다듬어 부족하지만 사진집으로 내놓고 독자에게 말을 건네고 싶었다”고 밝혔다.

추천사를 쓴 신남영 시인은 “그동안 그의 사진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주던 ‘말걸기’가 하나의 구심력 있는 공간으로부터 이제는 큰 파문을 그리며 사진의 본질을 새삼 생각하게 해준다”며 “김덕일의 사진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보여주며 가시적인 것을 통해 기호의 상징성을 그려보게 한다”고 평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