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우주의 신비’

“흙과 불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결국 이 두 가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흔’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로 작품세계를 펼쳐오고 있는 지산 이종능 도예가의 초대전이 오는 23일까지 목포문화예술회관 7전시실에서 열린다.

토흔(土痕)은 높은 온도의 장작 불길 속 유약에 의존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흙의 고유한 색과 느낌을 오롯이 표현하는 도예기법이다. 이 도예가의 작품들은 단순히 미감만을 다루기보다는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설렘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의 명차 산지인 운남성, 명요 등을 몸소 체험하고 도자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끊임없이 던지면서 한국·일본·중국 동양 3개 나라 도자문화 연구를 거듭해오고 있다. 특정 계파나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의 창작 욕구를 자유분방하게 표현하는 그는 한국은 물론 영국 대영박물관, 뉴욕, 도쿄, 아부다비, 두바이, 러시아 등 전세계 미술관에서 전시를 이어가는 중이다.

‘목포의 예혼, 르네상스 빚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국립목포대학교 초청으로 마련됐다. 전시에서는 2007년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선보였던 백자 달항아리 연작을 비롯해 토흔 달항아리, 벽화 작품인 앙리 마티스 오마주, 진사, 차 도구 등 40여 년 간 새로운 흙의 미학을 추구해온 이 도예가의 100여점 작품을 선보인다.

일반적으로 흙은 1250℃ 이상의 고열에서 원래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유약의 색을 띠지만, 이 도예가의 ‘토흔’은 태초의 그 색을 불 속에서 고스란히 간직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전시장에서는 백색의 달항아리 계보를 잇는 연작들과 몇 년의 산고 속 탄생한 벽화 등 기존 도자기 모습을 탈피해 새로운 시도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능 도예가는 “한국 도자기에 내재한 한국인만의 독특한 미의식은 ‘비대칭의 소박미’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도자기는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아름다운 선만 살려낸, 꾸밈 없는 자세에서 우러나온 미를 품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전시가 많은 사람들이 우리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꾸준하게 도예 작업에 정진하며 한국의 미를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