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 형, 왕격지, 물우, 의일중〈豊 亨, 王假之, 勿憂 宜日中〉”

역경의 오십 다섯번 째 괘는 뇌화풍(雷火豊)이다. 앞괘 뇌택귀매는 태(兌)의 소녀가 기쁨을 가지고 먼저 움직이고 있어 주의할 것을 경고했지만, 풍괘(豐卦)는 하괘 이명(離明)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즉, 태양이 하늘을 돌 때 태양은 보기에 풍성하고 커서 풍(豊)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 상전의 견해이다. 그래서 풍이라는 것은 크게 성대한 것이다.

귀매는 진뢰가 태(兌)의 가을에 분출하여 때를 잃어 정흉(征凶)이라고 한 것처럼, 풍은 이(離) 즉, 여름에 진뢰를 분출했으니 때를 잃지 않아 세력이 강하고 성대해서 분출하는 것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어서 풍이라는 괘명을 붙인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풍의 글자의 형상이 곡식이 숙성한 모습으로 진(震)의 벼 화(禾)가 이(離)의 때에 무성하다는 괘의 뜻과 같다.

서괘전에서 귀매괘 다음에 풍괘를 배치한 이유에 대해 ‘돌아갈 바를 얻은 자는 반드시 커진다. 그러므로 귀매괘 다음에 풍괘로써 이어 받는다’고 해‘득기소귀자필대 고 수지이풍’(得其所歸者 必大 故 受之以豐)이라 한다.

귀매괘는 삼양삼음괘로 천지의 교차 형상이고, 풍은 결실의 모습으로 천지가 교차해 열매(實)를 익히고 난 후에 풍의 결실을 거둔다는 것이 두 괘의 순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팔괘 중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축적할 수 있는 형상을 갖춘 것이 이괘(離卦)이고 특히 이화(離火)가 하괘에 있을 때는 더 많은 부(富)을 축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괘는 자기 완결성을 갖춰 자족(自足)하고 있기 때문에 외적(外的)인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재산을 축적해도 활용할 줄 모른다. 마치 수전노(守錢奴)와 같이 되어 풍족한 상을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이 풍괘의 경우는 구사가 진괘의 주효로 강하고 건실하기 때문에 하층부 이괘를 잘 관리할 수 있고 하층부의 축적된 재산을 잘 운영해 크게 확장할 수 있어 ‘풍괘’(豐卦)라 한 것이다. 상괘는 우레, 뇌성(雷)이고 하괘는 번개, 벼락(電)으로 뇌성과 번개가 서로 만나 풍성, 성대하다. 무슨 일이건 충만 성대하나, 이효부터 오효의 호괘에 택풍대과의 상이 있어 두 세력이 너무 지나치게 커서 뜻밖의 흉난, 환난이 있을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풍괘의 상하괘 상을 보면, 태양이 중천에서 빛나고 있는 일려중천지과(日麗中天之課)의 모습이고 뛰어난 송골매 새가 꿩을 잡는 준준획치지상(俊隼獲雉之象)이며, 어두운 뒷모습이 밝은 향을 향하고 있는 배암향명지상(背暗向明之象)이고 시들어 버린 꽃이 우로의 비를 기다리는 잔화대우지의(殘花待雨之意)의 뜻을 품고 있다.

뇌화풍괘(豐卦)의 괘사는‘풍 형, 왕격지, 물우 의일중’(豐, 亨 王假之 勿憂 宜日中)이다. 즉,‘풍괘는 형통하다. 왕이라야 이를 수 있다. 근심하지 말고 마땅히 해가 중천에 비추듯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딕)

풍은 세력이 성대한 때이고 괘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밝음을 가지고 움직이므로 형통을 얻을 수 있다. 인사에 있어서는 세상을 성대하게 하는 것은 그 위에 군림하는 자의 힘이다. 이를 괘사에서는‘풍은 형통하니 왕이어야 이른다’고 해 ‘풍형 왕격지’(豐亨 王假之)라 말했다.
단전(彖傳)에서는 ‘풍은 큰 것이니 밝음으로써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풍이니 왕격지는 큰 것을 숭상함’이라고 해 ‘풍대야 명이동 고 풍 왕격지 대상야’(豐大也 明以動 故 豐 王假之 大尙也)라 했다.‘왕격’(王假)은 ‘왕이 이곳에 이른다’, 또는 ‘왕이 이것을 이룬다’는 뜻이다. 이러한 성대함이 나타나면 이것 이상으로 더 성대해 질 수는 없으니 그 성대함을 보유하는 것에 마음을 써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풍성함을 보존 보유하는 일은 진취하여 대(大)를 이루는 일보다 더 어렵다. 앞으로는 후퇴나 쇠망(衰亡)의 조짐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괘상이 태양의 성대한 세력으로 동쪽(震) 하늘에서 떠오르고 그 다음에 그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온 후, 그 다음에는 서쪽 하늘로 기울어지는 것 뿐이다. 여기에 풍의 근심 걱정이 놓여 있다(震→離→兌).

이때는 그냥 근심만 하지 말고 태양이 중천에 떠 있을 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놓아야 하고 이러한 최선을 다해 놓았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니 더 이상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 단사의 ‘물우 의일중’(勿憂 宜日中)이다.

단전에서는 ‘물우 의일중 의조천하야’(勿憂 宜日中 宜照天下也)라 해 ‘마땅이 천하를 고루 다 비추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해가 한 가운데 들어오면 기울어지고 달이 차면 이지러지니, 하늘과 땅이 차고 비워지는 것도 때와 더불어 사라지고 살아나는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라, 하물며 귀신에 있어서라’고 해 ‘일중즉측 월영즉식 천지영허 여시소식 이황어인호 황어귀신호’(日中則昃 月盈則息 天地盈虛 與時消息 而況於人乎 況於鬼神乎)라고 말하면서, 풍의 근심을 천지자연의 시운(時運)이 자주 변하는 소식(消息)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그래서 ‘물우’(勿憂)라는 뜻은 걱정하지 않아도 안심된다는 것이 아니라 걱정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걱정하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천명(天命)에 맡기면 된다는 것이다.

상전에서는 풍괘는 진뢰(震雷, 천둥우레)와 이전(離電, 번개벼락)이 합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풍성한 것은 반드시 물건이 성대하면 다툼이 생기는 이치로, 풍의 근심 중의 하나인 소송을 재판하기 위해서는 이(離)의 명결(明決)을 가지고 올바르게 호소한 것을 받아들여 진(震)의 위력을 가지고 엄격하게 옥사(訴訟)를 판결하고(折獄) 형벌을 집행해서(致刑) 벌을 줘야 한다고 해 ‘뇌전개지 풍, 군자이절옥치형’(雷電皆至 豐, 君子以折獄致刑)이라 말하고 있다.

귀매괘에서 남녀 간의 정사의 결과물이 풍의 결실로 나타난 것인데, 그러한 결실은 시비(是非)를 확실히 하여 지금까지의 과오(過誤)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절옥치형’(折獄致刑)이다.

점사에서 서죽을 들어 풍괘를 얻으면, 먼저 운기 등을 살필 경우에는 현재는 성대하지만 이미 쇠퇴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것을 고찰해야 한다. (※고딕) 표면은 이(離)와 진(震)으로 화사(華奢)하게 밝은 활기가 넘치지만, 내부에는 호괘로 택풍대과(澤風大過)와 감수(坎水)의 사괘(似卦)가 숨어 있어 무너지는 근심 걱정과 어두운 비밀 등이 감춰져 있다.

즉, 진뢰이전(震雷離電)과 기세의 폭열(暴烈)로 인해 생각지 못한 흉조 등이 생길 위험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번성함이 극에 달해 쇠하게 될 우려를 단사에서 ‘의일중’(宜日中)이나 단전의 ‘절옥치형’(折獄致刑)이라 표현했고, 신정백아(新井白娥)와 같은 역의 명인은 ‘시들은 꽃이 하늘의 비를 기다리는 상’(殘花待雨之象)이라고 말했다.

바라는 것 등도 서두른 것은 이뤄지나, 시간이 필요하거나 장래에 기인해야 하는 것 등은 보류해야 한다. 사업이나 상거래 등의 영업은 호괘에 택풍대과가 내장(內藏)돼 있어 분에 넘친 것은 오래가지 못하니 다음으로 보류하는 것이 좋다.

담판, 교섭 등도 속전속결로 끝내야 하고 오래가면 논쟁, 소송 등으로 발전돼 불리하다. 주소, 이전 등은 변동이 발생하기 쉬어서 용이하게 안정을 얻기 힘들다.

혼인은 표면은 좋게 보여도 잘 진행되지 않고 예쁜 겉모양의 용색(容色)을 바라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있다.

대개 풍은 표면의 기세는 좋고 내실이 부실한 것이므로 혼담 등에는 좋지 않고, 중개인 등의 농간(弄奸)으로 한 번에 무너질 우려가 있으니 이를 경계해야 한다. 잉태는 움직임이 성대하여 놀랄 일이 있고 태아가 너무 커서 모태를 괴롭힐 수 있다.

병은 유행성 악질, 고열과 심장의 항진(亢進)을 동반한 급병 등으로 병증이 극심하고 급변이 생기기 쉬우므로 상당한 경계와 대비가 필요하다.

기다리는 것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나, 이(離)를 문서로 하고 진(震)을 움직여 온다고 해 문서나 전보가 올 수 있다. 가출인은 일시적으로 화나는 일이나 슬픈 일로 나갔으나, 만일 빨리 돌아오지 않고 밤이 되면 위험해 문제가 발생하니 빨리 찾아야 한다. 분실물은 빨리 나올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못 찾는다.

날씨는 극성한 상태에서 쇠퇴해 가므로 청천(晴天)한 괘상이면 곧 흐려져 비가 오고, 우중(雨中)이면 비가 그쳐 개인다. 여름철에는 천둥소리가 있고 무더운 날씨이나 오래가지는 않는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