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해파리의 특성상 초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2시께 장흥군 안양면 사촌리 장재도.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 장흥지원의 14t급 기술지도선 바다누리호를 타고 득량만 인근 해역으로 나가자 채 5분도 되지 않아 수면 위를 유영 중인 성인 주먹 2개 크기의 해파리 떼가 눈에 들어왔다.

해파리 떼의 정체는 평균 크기 20㎝의 유해 해상생물인 ‘보름달물해파리’. 고흥군·보성군·장흥군·득량만 해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국내 자생 해파리인 보름달물해파리는 독성은 약하지만 대량 발생 시 어구에 달라 붙으면서 어구 손실 등의 피해를 입힌다.

수문리부터 군학항, 율포솔밭해수욕장, 군농항까지 1시간30분 가량 이뤄진 해양수산과학원 장흥지원의 예찰 과정에서도 해수면 곳곳에 출현한 보름달물해파리 떼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술지도선 운항과 양식어장 예찰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장재오 해양수산과학원 장흥지원 주무관은 20노트(시속 37.04㎞)의 빠른 속도로 배를 운항하면서도 시선을 바쁘게 움직이며 해파리 발생 현황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장 주무관은 “올해 해수온이 높아 해파리 또한 일찍 발생한 편”이라며 “해파리는 어구 파손 등 어업 활동 방해, 쏘임 등 인명 피해를 비롯해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하는 어린 물고기 개체군 자연 감소 등을 유발하는 만큼 민·관 합동 모니터링을 통한 구제에 힘 쓰는 것이 피해 예방을 위한 최선책”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여름 전남 해안에는 ‘바다의 무법자’로 일컬어지는 해파리가 대규모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달 27일 남해안(전남-경남)에 올해 첫 보름달물해파리 주의단계 특보를 발령했다. 보름달물해파리 주의 특보가 통상 6월 말에서 7월 초 발령된 것과 비교하면 올해엔 1개월 가량 앞당겨진 셈이다. 해파리 성장과 직결되는 수온이 올해 지난해보다 평균 1℃ 가량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남지역의 경우 2014년을 제외하고 2010년 이후 매년 ‘주의’ 이상 해파리 특보가 지속 발령되고 있다.

2012년엔 신안군 해역에 주의 단계보다 한 단계 높은 노무라입깃해파리 ‘경계’ 특보까지 발령된 바 있다. 중국 연안에서 발생해 국내로 유입되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크기가 크고 독성이 강해 어구 손실 뿐만 아니라 해수욕객 쏘임 사고 등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주의 특보 이상의 해파리 출현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해양수산과학원의 유체 조사 결과, 여수에서 지난해 평균 100㎡당 평균 38개체였던 보름달물해파리가 올해 최대 70개체까지 관측됐다. 노무라입깃해파리도 지난해 ㏊당 10개체에서 올해 평균 90개체로 9배나 폭증했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해파리 피해 방지 종합대책 마련과 해양수산국장을 본부장으로 지방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신속한 대응 체계를 구축,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도는 해파리 출현 빈도가 높은 여수시, 고흥군, 보성군, 장흥군에는 사업비 5억원을 배정, 해파리 수매 및 해파리 절단망과 대형 흡입기 등 장비가 설치된 선박을 이용한 구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24일부터 구제작업 참여 어선 계약 체결 후 본격 구제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최정기 전남도 해양수산국장은 “해파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남도 기술지도선과 시·군 어업지도선 등 21척의 관공선, 111개소 자율관리어업 공동체를 투입해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해파리 출현 빈도가 높은 우심 해역을 중심으로 해파리 구제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양시원 기자